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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rmation/Impression/영어/자격증/시험

기자 합격자 노하우

기자의 꿈을 품은지 4년. 이제 사츠마리할 수 있게 됐다. 좋다. 그래서.

기자 준비하며 쌓은 나름의 노하우를 간략히 풀어본다. 짧게 쓰기 위해 문체를 보통말로 선택했다.

1.수험자 유형

ㄱ. 내공이 깊은 사람 - 어딘들 안 그렇겠냐만 내공이 10성쯤 되면 언론사도 쉽게 붙는다. 이들은 특이한 이력과 지식의 소유자다. 책을 엄청나게 많이 읽었거나 현장에서의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다. 글발도 좋고 성격도 원만해 별 어려움 없이 합격하곤 한다. 그러나 이런 사람은 별로 없다. 눈 씻고 찾아봐야 한 두명 정도.

ㄴ. 억세게 운 좋은 사람 - 운칠기삼이라 하지 않던가. 운빨로 합격한 사람들도 있다. 이 놈은 아닌 것 같은에 어떻게... 그러나 그것도 능력인 것 같다. 기자 시험이란 것이 일주일, 한달 가까이 두고 그 사람 면면을 보고 뽑는게 아니기 때문에, 한정된 시간, 공간에서 얼마나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느냐에 달렸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운이 좋으면 다홍치마 입을 확률 높지 않겠는가.

ㄷ. 보통 수험자 - 기자해야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정작 공부 안해서 뒤늦게 스파 보고, 스터디하는 부류다. 요즘엔 학력 제한을 없애 2, 3학년도 시험보지만, 지난해까진 4학년 돼서야 스터디 시작했다. 그 탓에 시험 몇 번은 공으로 날린다. 완전 삽질로 끝나고 만다. 글 한 편 완성도 못하고 나오는가 하면, 상식 문제 절반은 손도 못 건드린다. 운 좋아 면접 올라가도 횡설수설하다 끝난다. 그러나 경험보다 더 좋은 교과서 있으랴. 짬밥 좀 차면 공부도 탄력 받아 결국 어딘가 들어가고 만다. 이게 우리 보통 언론사 수험생들 모습이다.

2. 노하우는 있는가

ㄱ. 앞의 두 유형이 하는 말은 그다지 시험 공부에 도움되지 않는다. 두 유형의 후기는 종종 자기자랑으로 끝나기 쉽고, 독자는 입 벌리고 감탄만하다 자괴감에 빠지기 일쑤다. 후기에서 사실 전 잘난 것도 없는데 운좋아 됐어요, 혹은 난 이런이런 경험 쌓아서 당연히 될 놈이라 됐다고 자랑하는 내용은 읽어봐야 허무함만 커질 뿐이다. 만약, 나이가 어린 수험자라면 벤치마크의 대상으로 삼는 것까진 좋다. 내공 쌓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ㄴ. 그렇다면 보통 수험생들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사람마다 다르고, 스터디마다 다양하다. 그래서 이게 정석이다하고 콕 찍어 말 할 순 없다. 다만, 주변의 얘기를 듣고 그 중에서 자신에게 나은 방법을 선택해서 공부하면 된다. 그런 차원에서 내가 쌓은 노하우를 공개한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진 본인의 몫이다.

3. 수험 공부의 시작

ㄱ. 글쓰기다. 필기시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글쓰기. 글쓰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구성하기와 문장력. 구성하기는 논리력이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소재가 좋아도 내용이 잘못 배치돼 있으면 읽기 짜증난다.

ㄴ. 문장력은 많이 쓸 수록 는다. 단문이 좋다. 복문을 쓰면 어법에 어긋나기 쉽다. 대신 단문은 간결하고, 깔끔해서 읽기 편하고, 어법에 틀릴 위험도 적다. 또, 쓰다 보면 문장의 운율도 살릴 수 있어, 단문 쓰기를 강추한다. 문장력이 좀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문장가들의 글을 필사해도 좋다. 개인적으로 고종석 씨의 글을 하루 한 편씩 한달간 베껴쓴 적이 있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4. 글 어떻게 써야 하나

ㄱ. 오만가지 방법이 있다. 그러나 여기선 내가 느낀 점만 적어본다. 나 스스로도 많이 부족하지만, 적어도 언론사 공부를 처음 하는 분들에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ㄴ. 하고자 하는 얘기가 한 문장, 한 단어로 집약돼야 한다. 한시간 남짓 쓰는 글에서 중요한 건 얼마나 많이 아냐가 아니다. 얼만큼 주제를 간단명료, 인상깊게 전달했느냐다. 그래서다. 글을 쓰는 내내 주장하고 싶은 한 문장을 머리 속에 그린다. 얘기가 벗어난다 싶으면 가차없이 화이트를 들어라.

ㄷ. 채점자는 수백편의 글을 읽는다. 첫 문단이 재미 없으면 그 글이 좋게 평가받긴 힘들다. 일단 흥미를 끌어라. 다만, 주제를 벗어날 정도로 튀면 곤란하다. 첫문단에서 흥미를 끌고 두번째 문단에서 개념 정의 세번째 문단에서 논리 전개, 네번째 문단에서 임팩트 있는 주장. 다섯번째 문단에서 마무리 정도면 무난하겠다.

ㄹ. 논거는 어디서 얻나. 신문에 스크랩한 논거는 다른 수험생들도 다 안다. 채점자들은 만날 신문에 파묻혀 산다. 신문에서 얻은 정보로 논거의 대부분을 충당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대신 책을 읽어라. 책 속에서 얻은 정보를 논거로 활용하라. 채점자가 이런 것도 있군 하고 생각할 수 있게 말이다.

ㅁ. 스터디에서 썼던 글, 비판 받고 다시 생각해서 또 써야 한다. 그렇게 쓴 글 중 이건 진짜 베스트다 생각되는 것만 모아 따로 관리한다. 워드로 뽑아 시험장에 갖고 다녀보자. 큰 도움 될 거다. 시험 보러 가는데 이것저것 많이 갖고 갈 필요 있나. 필기구랑 베스트만 갖고 가면 땡이다.

5. 책 어떻게 읽어야 하나

ㄱ. 수험생에게 책 읽기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써먹냐다. 한 권을 읽어도 시험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책을 읽어야 한다. 덕분에 사회과학서적이 가장 효용성이 높다. 개인적으로 올 한해만 강한국가의 조건, 공병호 책 등에서 본 내용을 각기 두세번씩은 써먹었다. 물론, 현실과 맞닿아 있게 말이다. 이를테면 이런거다. 후쿠야마는 강한국가는 개입 범위는 좁되 집행력은 높은 정부를 말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교육, 시장, 역사 등 개입 범위는 넓지만, 정작 제대로 실현해 놓은 건 없는 집행력이 약한 정부다. 뭐 이런식으로 현실에 적용해 보는 거다.

ㄴ. 책을 읽을 때 꼭 밑줄 치며 읽었다. 읽고 난 후엔 워드로 정리해뒀다 시험 직전에 또 다시 공부했다. 시험장에서 주제를 받으면 머리 속에 정리된 각종 책의 내용이 구름처럼 떠다닌다. 그 중에서 글감을 선택해 내 주장을 펼친다. 이미 익숙한 글감이기 때문에 글쓰기가 수월하다. 또, 스터디하면서 대충 한 번씩은 써봤던 내용이기 때문에 논리적 구성도 매끄럽다.

ㄷ. 책 읽고 스터디원과 토론하는 건 필수다. 같은 내용도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이해한다. 토론하면서 나도 몰랐던 새로운 걸 알 수 있다.

6. 스터디 어떻게 하나

ㄱ. 이왕이면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있는 스터디에 들어가라. 그래야 배울 수 있다.

ㄴ. 글을 쓰고 꼭 소리내 읽고 함께 첨삭하라. 말로 해보면 자기가 쓴 글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지, 어법에 안 맞는지 쉽게 눈에 들어온다. 더불어 아나운싱 훈련도 된다.

ㄷ. 글을 아무리 잘써도 언론사 글쓰기란 틀에 대강은 맞아야 한다. 담론적 글쓰기, 장황하게 쓰기, 요점 없이 쓰기, 현학적으로 쓰기 등은 지양해야 한다. 교양수업 기말고사 답안은 금물이다.

7. 상식 공부 어떻게 하나

ㄱ. 개인적으론 스파 일독 권한다. 그래도 한 번은 읽어봐야 상식 문제가 낯설진 않다. 안면이라도 트자.

ㄴ. 신문 꼼꼼히 읽고 키워드로 정리하라. AI에 대해 세 문장, 누리마루에 대해 두 문장... 이런 식으로 깔끔하게 워드로 정리하자. 시험 볼 때 이것만 딱 들고 가자.

ㄷ. 한겨레 기자가 그러지 않았나. 상식은 기자하는데 쓸데 없다고. 그러나 최소한의 성실성을 평가하는 척도라고. 그런가보다. 개인적으로 난 지난해 상식 공부 하나도 안해서 개피 봤다.

8. 면접 어떻게 보나

ㄱ. 정답은 하나다. 쫄지 않기. 안 쫄면 다 된다. 물론, 나보다 더 안 쪼는 사람들이 합격자 정원을 넘어서면 안 되겠지만.

9. 기획기사 쓰기

ㄱ. 얼마전 한겨레 기자의 합숙 평가 후기가 도움이 많이 됐다. 청계천을 갖고 어떻게 기사를 쓰는가에 대한 설명 말이다. 찾아 읽어 보시오.

ㄴ. 최근 언론사에선 기사쓰기를 많이 본다. 일단 훈련이 필요하다. 스터디에서 기사쓰기 해보자. 스트레이트, 인터뷰, 피처 등 스터디에서 같이 공부해보자.

10. 마인드컨트롤

ㄱ. 제일 힘든 부분이다. 솔직히 나도 그랬다. 이번에 또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그 걱정이 앞섰다. 공부하다 보면, 처음에 가졌던 기자에 대한 열정, 꿈보다 어느새 합격이란 집착이 더욱 커져버린다. 그 순간부터 자신감도 없어지고, 쉽게 상처도 받는다. 그 때 조심해야 한다. 자신감 잃지 않게 말이다. 눈 씻고 찾아보라. 대학 졸업후 바로 기자 된 사람 몇이나 있는지. 물론 많긴 하다. 그러나 그게 꼭 정석은 아니지 않은가. 아랍 속담에 이런 게 있다. 햇볕만 드는 곳은 사막이 된다고. 마인드컨트롤 잘하자.

11. 소회

ㄱ. 그런 생각해봤다. 차라리 고시처럼 일년에 오십명 백명 뽑아서 각 언론사에 배분하면 어떨까 하고. 한번에 대여섯명씩 찔끔찔끔 뽑다보니 들어가기가 더욱 어렵다. 운빨도 중요한 것 같고 말이다.

ㄴ. 좀전에 간단히 언급했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건 면접과 실무다. 그중에서도 면접. 쫄지 말라고 얘긴 했지만, 어떻게 안 쫄겠나. 사실 나도 초반엔 많이 쫄았다. 그러나 면접도 결국은 학습이다. 자꾸 보다보면 여유가 생긴다. 이를테면 이런거다. 자네 왜 자꾸 떨어졌나. 사실 얼마전 방송사 면접 봤는데요, 같이 봤던 친구들이 죄다 꽃미남이었습니다. 실제로 밥우드워드도 대학 졸업후 신문사 낙방해서 해군 복무후 4년 지나서 다시 시험봐서 들어갔습니다. 그거에 비하면 짧지 않습니까. 내가 뭐가 부족해서 떨어졌다고 말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럴 거면 아예 뻔뻔해지는 건 어떨까. 실실 쪼개면서 되바라지지 않게만 얘기한다면 누가 나쁘게 보겠는가.

ㄷ. 떨어지고 나서 울어본 적도 있다. 다 큰 남자가 무슨 눈물이냐 하겠지만, 진짜 소리내서 엉엉 울어봤다. 눈이 탱탱 부을 정도로. 누구나 자기 삶의 무게 만큼은 어깨에 지고 사는 것이겠지만, 고민, 걱정 참 많았다. 그래서 오늘 합격이 더 기쁜 것 같다. 너무 멀리 있어서 내 손에 닿을 것 같지 않던, 그래서 상상해볼 수 없었던 그 기분이다. 행복하다.

12. 누군가의 말이 내겐 큰 힘이 됐다. 면식도 없는 그 사람. 그의 붓끝에 실린 진실의 잔향. 그랬다. 인생이 막다른 곳에 몰렸다 생각이 들 때 새로운 빛이 보였다고. 긴 인생 산 건 아니지만, 살다보면 해뜰날이 있긴 있다.

13. 그래서다. 다른 수험생들 힘내세요. 이 때 거울 속에 웃고 있는 한 놈이 피식 웃는다. 너나 잘하세요라며.

14. 이만 마친다.